목회자 청빙의 오해와 민주적 절차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을 위하여 많은 제안을 할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것이다. 첫째, 목회자 청빙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많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려해 볼 것이다. 둘째, 목회자 청빙을 위하여 대부분의 교회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생각하고 있지만, 그 절차를 어떻게 해야 민주적인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듯하여, 무엇이 민주적인 목회자 청빙절차인지, 청빙하려는 교회의 교인과 청빙을 받는 목회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살펴볼 것이다.
목회자 청빙에서의 오해
목회자 청빙에서 교인이‘갑’이 되었고 목회자는 ‘을’이 된 세태를 자주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목회자 청빙과정을 보면 마치 어느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선출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선정하는 일은 최고경영자를 선출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또한 질적으로 다르다. 그 이유는, 비록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이 인간들이 모여서 계획을 세우고 지혜를 모아 가장 적절한 담임목회자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그 배후에는 하나님이 모든 일을 섭리하시기 때문이다(참조. 잠언 16:1, 9).
최근 교회의 목회자 청빙과정을 살펴보면 회사에서 직원이나 전문경영인을 채용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목회자 청빙은 한 지역 교회의 담임목회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목회자 청빙을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를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사실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 청빙이 어느 회사의 경영자를 선정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종종 자신들이 목회자를 선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일견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 결정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교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목회자 청빙에서 교인이 갑의 역할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목회자가 을도 아니다. 목회자를 새롭게 청빙하는 교회의 교인들이 쉽게 오해하는 부분은, 담임목회자와 자신들의 관계를, 교회의 새로운 경영자를 영입하여 일하게 하고 급료를 지불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회자는 회사나 어떤 직장의 경영자가 아니다. 더욱이 목회자는 교인들에 의하여 고용된 일꾼도 아니다.
목회자로 청빙된 담임목회자는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성도들을 양육하며 돌보고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를 새롭게 청빙한 교인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책임져야 한다. 비록 목회자가 하나님의 일꾼으로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교
인들을 섬기는 직분일지라도, 교인들은 존경심과 함께 그 존경의 표시를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한 지역교회 공동체에서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을 교회 공동체가 대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회자 청빙은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그 일에 순종하는 과정이다.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비록 교인들이 모여서 계획을 세우고 목회자 청빙과정을 통하여 한 사람을 선정하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을 갖고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하여 여러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은 하나님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통해서 그의 일을 이루어 가신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 청빙과정에서 교인의 역할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교회에 가장 적절한 목회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목회자 청빙과 민주적 절차
1. 민주적 절차에서 교인의 역할
일반적으로 교인들은 소위‘좋은 목회자’를 모시려고 한다. 이 경우 좋은 목회자란 흔히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준수한 용모나, 카리스마적인 설교로 교회의 양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목회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목회자 청빙에 앞서 정작 교회 전통과 규모에 비추어 자신들의 공동체에 적합한 목회자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는 마련하지도 못한 채 청빙과정을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본다. 그럴 경우 아무리 좋은 목회자를 청빙한다 하더라도 교회와 맞지 않으면 결코 좋은 청빙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어떤 목회자가 우리 교회에 적합할 것인지 모든 교인들이 공감할 필요가 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어딘지 어색하고 결국 그 옷을 벗어버리게 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내 몸에 맞고 어울려야 한다.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목회자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교회 공동체와 잘 맞아야 하고 어울려야 한다. 청빙을 받은 목회자도 행복해야 하며 만족할 수 있어야 좋은 목회자를 청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목회자에 대한 이상한 신화를 버리고, 실제적으로 자신들의 교회 공동체에 필요하고 적합한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교회 공동체에 꼭 필요하고 적합한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고려하고 시행한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가 성경의 가르침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에서 가장 무시되는 것이 소수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다수가 주장하고 결정하려고 할 때에도 한 번 더 고려해 보도록 요청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민주적 절차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다수의 횡포를 항상 기억하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기도하며 진리의 길을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리는 다수보다는 소수에 의해서 유지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적 절차는 절대표준이 되기보다는 대안적 장치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절차에서 중요한 가치는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를 방지하고 다수의 견해를 따라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이며, 그 결정에 투명성과 공평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좋은 목회자를 청빙하려고 할 때 다수가 결정한 결과를 수용해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다수가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개연성이다. 교회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소수의 견해, 외로운 진리의 길도 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회자 청빙과정에서 교인들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나타난 자신들의 결정이 하나님의 뜻임을 먼저 확인하고 확신하며, 그 결정에 순복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인들이 최종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그 결과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마음으로 계획하고 결정했지만 그 결과는 어떤 경우든지 하나님의 뜻이다.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교인들의 손으로 투표하고 결정한 일이지만, 이제는 담임목회자에게 권위를 부여하여 인정하며 목사에 대한 예를 갖추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실천해야 한다. 최종결정에서 담임목사가 된 사람을 책임지는 모습은 목회자를 존경하고 그 목회를 협력 지원하는 것이다.
2. 민주적 절차에서 목회자의 역할
목회자는 청빙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교회가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자신들의 교회에 적절한 목회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목회자 역시 자신을 청빙하는 교회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교회인지 확인해야 한다.
청빙과정에서 목회자는 사람에게 판단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임을 명심하고 역동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는 어떤 직장이나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려고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청빙과정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알고 임해야 한다. 그래서 목회자가 청빙과정 가운데 교인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목회자는 자칫 갑처럼 보이는 교인들에게 스스로를 을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빙하려는 교회의 성도들도 이런 점은 매우 조심해야 하며, 목회자에 대한 상식적인 예우를 해야 한다.
목회자는 청빙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청빙하려는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원하는 동기 가운데 세속적인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목회자는 이런 부분이 모두 확실하게 확인된 후 청빙과정에 임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어려운 사역을 탈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서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되도록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 자신의 목회적 야망을 펼치기 위한 방편은 아닌지 점검해야 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청빙과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자기 점검은 정직과 선한 양심이 필수적이다.
목회자가 청빙과정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확인하는 일은 자기 스스로 점검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이미 준비하고 있는 청빙과정에 참여하여 정직하고 신실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이런 점에서 모든 청빙과정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임해야 한다. 목회자의 청빙과정이 하나님 앞에서 그분의 뜻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목회자도 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묻고 교회로부터 대답을 듣기도 해야 한다. 목회자의 청빙과정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찾는 과정이 되도록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 자신도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며 자신을 청빙하려는 교회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청빙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가장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는 교회인지 확인하는 일은 자신의 목회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목회철학은 목회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목회철학이 없이 목회하는 사람은 없다. 비록 목회철학을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없을지라도, 목회자에게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관점과 사고 및 기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의 건전한 목회철학은 바른 교회를 세우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목회자의 올바른 목회철학이 없을 때 교회는 유행의 물결을 따라 표류하게 되고, 교인들은 갈등과 긴장 속에서 올바른 신앙생활의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빙과정에서 목회자는 자신의 목회철학이 청빙하려는 교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 교회의 형편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회의 특성에 따라 교인들이 자신들에게 적절한 목회자를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목회자도 자신의 목회철학과 얼마나 부합하는 교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처음부터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청빙하려는 교회 교인들은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파악하기 위하여 그의 경력과 학력 및 목회활동 등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청빙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청빙과정에서 목회자가 자신의 건전한 목회철학을 점검하고 정말 행복하고 기쁘게 목회할 수 있는 교회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목회철학을 갖고 감당할 수 있는 교회인지 확인될 때, 목회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함께 확신을 갖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오며
목회자의 청빙이 고용의 의미로 퇴색되어 갑과 을의 관계가 되지 않도록 청빙과정에서 교인들과 목회자는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청빙과정 전체가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서 회사 경영자나 직원을 뽑는 형태가 아니라, 주님께서 택하신 하나님의 종이 누구인가를 묻고 대답을 기다리는 과정과 절차가 되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한다. 청빙과정에서 교인들과 목회자는 상호 의존적이다. 청빙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현재로서는 적절한 대안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점이 되려면 진리의 말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적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구조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가장 완벽한 구조도 불완전한 인간이 운용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석민 /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교회개혁실천연대 목회자청빙연구위원회 연구위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활천지 2013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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