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제시된 절차를 따라 우리 교회의 목적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또한 그 기간 동안 교회가 공동체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본적인 과정에 충실했다면, 교회는 청빙 과정을 통해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조화를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새로운 장(場)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청빙 과정에서 '준비 단계'와 '청빙 공고 및 선출 과정'을 거치며 최후의 1인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이제 청빙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사실 앞서 제시된 청빙 절차를 통해 최후의 1인을 선발했다면 청빙의 실제 과정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신임 목사 청빙'이라 명명한 단계는 청빙의 실제 과정, 즉 준비 단계와 청빙 공고 및 선출 과정과 비교했을 때, 청빙의 실제 과정이 완료된 이후의 마무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청빙 과정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청빙 과정의 행정적 마무리이고 다른 하나는 선출된 목회자의 교회 부임이다. 행정적 마무리에는 당회 보고 및 교회의 승인, 그리고 노회(또는 지방회, 연회)에 보고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 청빙 과정에서 청빙에서 탈락한 이들에 대한 배려(탈락자 결과 통보)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선출된 목회자의 교회 부임에 있어서는 선출된 목회자와 교회와의 협약식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청빙에 있어서의 행정적, 영적 검증이 이루어졌고, 그 조건에 모두 적합한 자격을 가진 목회자와 그런 목회자를 원했던 교회 공동체 간의 일종의 상견례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어찌 보면 실제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교회 공동체는 목회자가 어떤 자격을 갖추었는지, 목회자의 인간적 면모와 그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또한 목회자는 교회 교우들의 바람과 기대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는 앞으로의 목회적인 상호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청빙 과정의 마무리 단계인 '신임 목사 청빙'단계를 자세하게 알아보자. 교회가 원하는 자격을 모두 갖춘 최종 1인이 선출되었다. 그러면 청빙위원회는 최종 1인 선출 결과를 당회(또는 운영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에서부터 마무리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청빙위원회는 후보자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후보자들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교회에 보고함으로써 청빙 과정의 투명성을 유지해 왔을 것이다. 이러한 투명성은 곧바로 선출 과정에 대한 교회 공동체 전체와의 신뢰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투명성과 신뢰가 민주적인 청빙 절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조금이라도 특정인이 개입했거나, 인맥이나 내·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나 의문점이 없어야 한다.

최근, 지방의 모 대형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하고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담임목사 후보가 바로 현 담임목사가 추천한 사람이었고, 그 과정이 교인 전체가 납득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그 목사를 추천했고, 그 목사가 교회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점검하는 객관적인 과정이 결여된 것이 교회와 그 후보를 추천한 담임목사 사이에서의 불신을 초래했던 것이다.

또한, 서울의 모 교회는 불미스러운 일로 담임목사가 갑작스럽게 교회를 사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단의 해당 노회가 간여(干與)하고, 노회에서 파송된 임시당회장이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 개입하였는데, 최종 2인까지 선발되었을 때에 갈등이 생겼다. 그 이유는 노회에서 파송된 임시당회장이 최종 2인 중 한 명이 선출되도록 암암리에 영향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이다. 교단 특성상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긴 하지만, 기억할 것은 교회를 가장 잘 알고, 어떤 목회자가 교회에 적합할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주체는 바로 해당 교회라는 점이다. 특정인의 압력 때문에 그 교회는 꽤 오랜 기간 진통을 겪었다.

이렇게 투명성과 신뢰성은 민주적 청빙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확보되어야만 나머지 마무리 과정이 갈등이나 분열이 아닌, 화합과 성령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출된 최종 1인에 대한 결과를 보고받은 당회는, 최종 1인의 후보를 선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점검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회와 교회 전체와 충분하고 납득할 만큼의 투명한 소통이 이뤄졌는지를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런 후에, 최종 1인을 교회에 공고하고 교인총회(또는 공동의회)를 소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교인 총회소집이 교회의 화합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청빙의 행정적 마무리 단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바로 탈락한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이다. 선출에서는 제외되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며, 교회에 깊은 관심을 기지고 지원했을 것이다. 또 개개인이 어떤 절박한 사연과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지원을 했는지를 생각한다면, 탈락한 이들에 대한 성급하고 경솔한 마무리는 교회가 일반 회사의 사원 채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전락하게 할 수도 있다.

어떤 교회는 청빙 과정이 완료된 이후, 지원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어떤 교회는 면접 과정에서 참여했던 모든 지원자에게 이동 경로만큼의 경비를 지급해 주기도 했다. 참고로,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주관했던 민주적 청빙 절차 세미나에서 조별 토의 후에 발표된 의견 중에, 탈락자들에게 단순히 전화 통보로 끝내지 말고, 청빙위원회 이름으로 편지와 작은 선물을 보내 주자는 제안이 있었다. 사소한 듯하지만, 이러한 배려를 통해, 교회가 그래도 일반 회사의 채용과는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교인총회 소집이 단지 청빙위원회가 내린 결과를 그저 수동적으로 확인하고 승인해 주는 행위로 끝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공청회와 협약식이다. 공청회는 교인총회 현장에서 위임 투표를 실시하기 전에, 그리고 협약식은 신임 목사로 결정된 목사의 부임식 현장에서 이뤄져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다. 특히 공청회는 대충 일을 진행시켜 놓고 나중에 후회하거나 남 핑계 대는 한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에 반드시 필요한, 최종 선출된 1인에 대한 최후의 확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청빙 과정에 교인 전체가 모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청빙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임했다. 그 과정에서 청빙위원회는 교회를 대표해서 후보자들을 심사하고 면접하여 1인을 선출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인 전체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공청회는 바로 이러한 심사 과정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한 그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믿고 맡겼으니 알아서 잘 결정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자칫 이제까지의 청빙 과정을 소수 청빙위원회 구성원들의 결정과 책임인 것처럼 축소되거나, 또한 일반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청빙 과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교회 공동체가 성령 안에서 함께하는 공동체적인 참여와 결정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위임투표를 하기 전에 공청회는 최종적으로 자신들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한 것과 청빙위원회가 위임을 받아 심사숙고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모든 청빙의 과정과 결과를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공청회와 위임 투표, 노회(또는 지방회, 연회)에 보고, 그리고 협약식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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