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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료

민주적인 목사 청빙 방법을 제안한다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 과정 1]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2. 5. 8.

민주적인 목사 청빙 방법을 제안한다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 과정 1] 교회에 적합한 인물 뽑아야

 

청빙(請聘)이란 "부탁하여 부른다"는 뜻이다. 일반 사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고, 보통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청빙'이란 의미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그리고 일반적인 직장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것과 교회에서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근래 일어난 교회의 청빙 과정을 보면 회사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특별히 교회 공동체에서 목회자 청빙은 중요한 문제이다. 청빙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성장하고 성숙할 수도,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타락할 수도 있다. 오늘날 바른 청빙의 개념은 혼란되고 변질되어 교회의 본질까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청빙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청빙은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을 교회가 대행하는 것이다. 성령 강림 이전에는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 선지자들을 부르시고 그들을 파송하셨다. 또 선지자들에게 계시로 말씀하셔서 그가 세우실 자들에게 기름을 붓게 하시고 일을 맡기셨다. 성령 강림 이후에는 직접적인 부르심이나 제비 뽑는 방법에서 교회를 통하여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각 사람에게 성령께서 임재하셔서 언제나 함께하심으로 모두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이므로,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찾고 받드는 '권위 있는' 공동체가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개개인에게 성령으로 말씀하시고 인도하시지만, 역시 개인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일에 온전치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교회가 모여 기도하고 함께 하나님의 뜻을 찾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더 완전하고 객관적이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하여 사람을 부르시고 세우시는 일을 하신다는 의미에서, 청빙은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수행하는 과정이다.

청빙에 임하는 교회 지도자들은 '좋은' 목회자를 모시려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목회자란 국외에서 공부했던 이력이 있거나, 준수한 용모나 카리스마적 설교로 교회의 양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목회자를 말한다. 그러나 정작 교회 전통과 규모에 비추어, 교회 사역에 적합한 목회자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는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청빙 문화는 여전히 미성숙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목회자를 청빙한다 하더라도 교회와 맞지 않으면 결코 좋은 청빙이라고 할 수 없다. 성령은 교회와 목회자가 가장 아름다운 관계를 갖기 원하신다. 그러기에 교인들이 토론과 합의를 통해 현 상황에서 어떤 목회자가 우리 교회에 적합할 것인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는 성령의 역사 하심에 민감할 수 있어야 하며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빙 절차에 내실을 갖추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교회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게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빙은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수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거나 미션 스터디 과정을 밟아, 교인 전체가 비전을 공유하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맞이하면서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점검하고, 다짐과 자세를 새로이 할 수 있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지금도 임지를 구하는 목회자들의 지원서가 줄을 잇고, 교인들은 중요한 선택의 지점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옛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때가 아닌가 싶다.

'목회자청빙운동'은 한국교회 목회자 청빙의 실제적인 문제를 통하여 오늘 우리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자 한다. 다음에 나오는 사례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정리한 것이다. 

본 교회는 원로목사가 30여 년간 사역하고 2008년 퇴임을 결정한 이후, 후임자의 청빙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5명의 청빙위원을 선정해 1차로 12명의 후보자를 뽑았다. 이후 2차 면접에서 설교를 통하여 6명의 후보자로 압축하게 되었다. 설교가 끝나고 교인들의 의견 취합해 보니 모 목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후 모 목사를 포함하여 후보자 3명을 다시 압축하게 되었다.

청빙위원회가 원로목사에게 의중을 확인하니 추천된 목사 외에 다른 후보를 추천하였다. 청빙위원회와 교인들의 의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후보 목사에 대해서는 사모의 직업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원로목사가 추천한 다른 후보는 암 투병 전력도 있고 병약한 외모로, 청빙위원들이 청빙을 원치 않았다. 이는 후보 추천 과정에서 원로목사와의 갈등을 야기하게 되었다. 결국, 원로목사의 뜻에 따라 청빙하기로 결정하고, 원로목사는 공동의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후보자를 찍어야 한다고 교인들에게 강요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러던 중에, 제보자에게 같은 교단 소속 목사 2명이 찾아와 청빙 과정에서 금품 요구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게 된다. 내용은 원로목사가 청빙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제보자의 문제 제기에 원로목사는 금품 요구 의혹을 부인하며, 설교 강단에서 제보자에 대한 저주 설교를 (예-불지옥에 던질 것이다, 허리를 끊을 것이다, 내가 추천한 목사를 찍어라 등) 자행하게 된다.
 
원로목사는 투표 당일 오전, 교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추천 목사를 찍을 것을 종용하게 된다. 후임 문제를 위하여 파견되었던 치리목사가 "김 목사 청빙 건을 투표로 결정하기를 원하느냐"고 교인들에게 질의하고, 투표 결과 부결되었다. 원로목사는 부결의 책임을 제보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에 제보자는 해당 목사를 거명하게 된다. 해당 목사는 의혹은 사실이나, 교회의 안정을 위해 사과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후 청빙 후보 6명 중 한 명이 추천되었고, 투표 없이 박수로 추대하자고 제안하여 결정하게 된다. 담임목사 취임 후, 원로목사 측 지지 세력이 힘을 얻게 되자 의도적으로 반대 측을 치리하고 교회에서 내쫓게 된다.

이는 원로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의 물리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로목사가 제보자 외 2인을 유언비어 유포로 말미암은 명예훼손으로 노회에 고소하고, 제보자 외 2인은 근신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노회 측은 금품 요구 사실을 알고 있으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원로목사의 손을 들어준다. 제보자는 판결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졌음에 대한 사실 보고서를 노회에 제출한다. 원로목사 측은 예배 방해죄로 제보자 측을 고소하고, 허위로 서명 날인을 위조하여, 법원에 출입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내게 된다.

위 사례는 청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교회 공동체 내에서 무수한 갈등과 상처를 경험해 왔다. 또한 목회직 세습의 사례도 다수 야기되어 왔으며, 청빙 과정에서 암암리에 금품과 학연, 지연, 인맥이 동원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성령의 역사로 은혜롭게 이루어져야 할 청빙의 과정이 세상보다 더 비윤리적으로 전락한 오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회사에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보다 못한 청빙 과정의 문제들을 보면서 바른 청빙의 원칙과 절차, 신학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목회자청빙운동'은 앞으로 민주적인 청빙 방법과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사례를 제안하고자 한다.

 

안해용 / 너머서교회 목사·목회자청빙운동 TF위원

 

(원문보기)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575